
어느 시골 마을에 평생 사이가 좋지 않았던 두 이웃이 살고 있었습니다. 서로 칭찬 한마디 섞지 않고 늘 으르렁거리던 두 사람이 어느 날 길을 가다가 웅덩이에 깊이 빠진 거대한 황소 한 마리를 발견했습니다. 혼자서는 도저히 끌어올릴 수 없었습니다. 평소 같으면 서로 자존심을 세우느라 모른 척했겠지만, 마을의 소중한 자산인 황소를 살려야 하니 어쩔 수 없이 둘이 힘을 합치기로 했습니다. 한 사람은 앞에서 고삐를 잡아당기고, 다른 한 사람은 뒤에서 소의 엉덩이를 힘껏 밀었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영차! 영차!" 힘을 모은 끝에, 드디어 황소가 웅덩이 밖으로 빠져나왔습니다. 서로 쳐다보며 멋쩍게 웃던 중, 평소 심술궂던 이웃이 땀을 닦으며 한마디를 툭 던졌습니다. "이보게, 우리가 아무리 평생 웬수로 지냈어도, 미련한 소 한 마리 건지려고 머리를 맞대니 일이 되긴 되는구만!" 그러자 다른 이웃이 껄걸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그러게 말일세. 소를 건진 것도 기쁜데, 자네 입에서 '우리'라는 말이 나오는 걸 20년 만에 처음 들으니 내 마음이 다 시원하네!"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평가"합니다. 배달 음식을 받아먹은 후 또는 택시를 이용한 후에 별 다섯 개 중에서 다섯 개를 다 누르고, 마음에 들지 아니하면 다섯 개 미만을 누릅니다. 또 물건을 사고 나서 받아본 다음에 후기를 남깁니다. "빠르고 정확하게 도착했어요", “물품이 손상 되었어요", “제품의 질이 설명한 것보다 못해요”, “가격 대비 성능이 좋아요”, “최고예요" 등 얼굴 한 번 본 적 없고, 다시 만날 일도 없는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제품을 판매한 사람에게 점수를 매깁니다. 보통은 별문제 없으면 후하게 점수와 칭찬을 건넵니다.
그런데 정작 매일 식탁에 마주 앉는 남편에게, 아내에게, 자녀에게 진심 어린 칭찬이나 격려를 한 것이 언제였는지 기억나시나요? 그리고 성도들과 이웃에게 언제 따뜻한 말, 기쁨을 주는 말을 건네보셨나요? 우리는 낯선 사람의 서비스에는 별을 다섯 개 붙이거나 후하게 칭찬하면서, 함께 길을 걷고 있는 가족이나 성도나 이웃에게 칭찬이나 격려가 인색합니다. 이것이 수많은 사람과 성도의 민낯입니다.
알고 있는 교리는 삶이 되어야 하고, 받은 은혜는 관계 속에서 증명되어야 합니다.“1 내가 사람의 방언과 천사의 말을 할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소리 나는 구리와 울리는 꽹과리가 되고 2 내가 예언하는 능력이 있어 모든 비밀과 모든 지식을 알고 또 산을 옮길 만한 모든 믿음이 있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가 아무 것도 아니요 3 내가 내게 있는 모든 것으로 구제하고 또 내 몸을 불사르게 내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게 아무 유익이 없느니라”(고전 13:1~3). 실천하는 삶이 없는 교리는 지식이나 이론으로 끝납니다. 관계가 평안하지 못한 가운데서의 은혜, 아름답지 못한 삶 가운데서의 은혜는 진정한 은혜라 할 수 없습니다. 그러한 교리나 은혜는 아무것도 없이 소리만 요란한 꽹과리와도 같습니다.
"온 율법은 네 이웃 사랑하기를 네 자신 같이 하라 하신 한 말씀에서 이루어졌나니"(갈 5:14), “사랑은 율법의 완성이니라”(롬 13:13b). 타인을 나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듯 아끼고 사랑함이 율법의 완성입니다.
"그는 실로 우리의 질고를 지고 우리의 슬픔을 당하였거늘"(사 53:4a). 예수님은 우리의 죄의 짐을 대신 지셨습니다. 그 예수님의 사랑을 받은 우리가 서로의 짐을 나누어짐으로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할 일입니다. "너희가 짐을 서로 지라 그리하여 그리스도의 법을 성취하라". "짐"에 해당하는 헬라어 바레(βάρη)는 혼자서는 감당하기 버거운 무게, 도무지 혼자 질 수 없는 짐을 가리킵니다. 옛말에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했습니다. 백지장을 맞든다, 정말 말이 안 되는 말입니다. 그런데 왜 굳이 맞들라 할까요? 혼자 드는 것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함께 드는 것 자체가 관계이고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짐의 무게보다 더 중요한 것은 누군가 곁에서 함께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미국의 정신과 의사이자 목회 상담가였던 폴 투르니에(Paul Tournier)는 "사람을 진정으로 변화시키는 것은 논쟁이 아니라, 자신이 이해받고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확신이다."라고 했습니다. 논리로 사람을 바꿀 수 없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있어서 참으로 좋다. 당신이 있어서 참으로 감사하다."는 진심 어린 따뜻한 말 한마디가 사람을 바꿀 수 있습니다.
한 심리학 연구에서, 부부가 건강하게 지속되는 관계와 무너지는 관계를 가르는 결정적 차이를 찾아냈습니다. 그것은 갈등의 유무가 아니었습니다. 모든 부부에게는 갈등이 있습니다. 차이는 갈등 하나에 대해 긍정적인 말과 태도가 몇 번이나 뒤따르는가였습니다. 건강한 관계일수록 부정적인 말 하나에 긍정적인 말이 다섯 번 이상 뒤따랐습니다. 비판 한 번에 칭찬 다섯 번, 이것이 관계를 살리는 비율이었습니다.
가족은 완벽해서 함께 사는 것이 아닙니다. 가족은 바깥 세상에서 아무리 상처받고 찢겨 고달픈 몸으로 돌아와도,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그 어떤 부족함이나 허물이라도 다 녹아 없어지고 품어줍니다. 서로 위로하고 이해하며, 사소한 일에도 "참 잘했다, 고생했다"라고 칭찬하고 격려하는 관계가 바로 진짜 가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