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이 갑작스럽다 할지라도

     저는 조국 한국에서 군 생활 중 임진강이 있는 서부 전선, 최전방 부대에서 1년 6개월을 근무했습니다. 제가 군 생활했던 부대는 1년은 철책선 초소에서 경계 근무하는 일을 했고, 6개월은 철책선 너머의 불모지에서 철책선 앞이 잘 보이도록 올라온 풀을 제거는 제초 작업을 했습니다. 저는 부대에서 교회의 건물, 재정, 예배 인도 등 교회 일을 총괄하는 군종 사병이었기 때문에 철책선을 따라 경계 근무를 서는 병사들을 일일이 찾아가 위로하고 기도해 주고, 또한 경계 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병사들이 취침하기 전에 예배드리는 일을 인도했습니다. 

     철책선에서 경계 근무를 서는 사람은 겨울이 되면 얼굴의 볼 피부가 검게 변하는 살을 에이는 맹렬한 추위와 싸워야 했고, 여름에는 땡볕의 무더위와 싸워야 했으며, 그 외에도 사시사철 한밤중 긴긴 시간의 고독과 잠이 쏟아져 오는 졸음과 싸워야 했습니다. 철책선 경계 근무를 서는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졸음을 이기는 것입니다. 전쟁이나 경계 근무에서 졸음은 종종 죽음과 직결될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적군은 온갖 속임수로 변장을 하고 소리 없이 다가옵니다. 그래서 보초병에게 “작전에 실패한 군인은 용서받을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군인은 절대로 용서받을 수 없다.”는 수칙을 철저하게 주지시킵니다. 

     파수꾼인 보초병에게 있어서 중요한 바가 뭐겠습니까? “우리는 다른 이들과 같이 자지 말고 오직 깨어 정신을 차릴지라”. 깨어 있는 것입니다. 파수꾼이 깨어 있어야 함은 적이 언제 침입할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파수꾼이 졸고 있는 중에 적이 침입하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파수꾼이 깨어 있어야 적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파수꾼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것은 파수꾼 자신만이 아닌 부대원 전체의 목숨이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은 영적 전쟁턴입니다. 영적 전쟁터인 이 세상에서 나와 나의 가족의 영혼과 믿음의 가족인 성도들의 영혼과 우리 교회와 더 나아가서 지역 사회와 나라와 민족을 지키기 위해 먼저 택함을 받아 구원받고, 파수꾼의 사명을 받은 나의 역할이 너무도 중요합니다. 나의 사명 감당 여부에 따라 작게는 나와 나의 가족과 성도들과 교회가 살고 죽는 것, 크게는 지역 사회와 나라와 민족의 운명이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하나님의 택함과 부르심을 받고, 세움받은 성도에게 깨어서 적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경계를 서는 파수꾼의 일도 있지만, 직접 전투에 나가서 싸우는 전투병으로서의 일도 있습니다. 즉 싸워 죄악 된 것을 물리치거나 이겨야 하는 하나님의 군병으로서의 일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영혼의 파수꾼, 하나님의 군병은 성도가 하나님께 부여받은 성도의 또 다른 정체입니다. 

     파수꾼에게 있어서는 이미 말씀드렸듯이 깨어 있음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전투병에게는 무엇이 중요하겠습니까? 미리 준비해 두면 걱정할 것이 없다는 뜻의 유비무환(有備無患)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적과 싸워야 할 군사가 잠들어 있거나 방탕하거나 염려 속에서 두려워 떨고 있으면서 아무런 무장이 되어 있지 않으면 백전백퇴(百戰百退), 즉 백번 싸운들 백번 다 질 수밖에 없습니다. 적과 싸워 이기려면 평상시 열심히 훈련하여 신체를 강하게 하고 민첩하게 해야 합니다. 또한 정신력을 길러야 합니다. 그렇게 잘 무장되어 있어야 합니다. 

     깨닫고 보면 쏜살같이 이르는 한없이 짧은 개인의 종말,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는 그 개인의 종말이 도둑이 아무도 모르게 임함 같이, 또한 임신한 여인에게 해산의 고통이 갑작스레 임함 같이 다가오기에 성도들은 영적 전쟁터인 이 세상에서 나와 가족과 성도들과 교회를 지키기 위해, 그리고 이웃의 영혼을 살리기 위해 반드시 파수꾼처럼 정신을 차려 깨어 있어야 하고, 전쟁을 치르는 전투병처럼 하나님의 말씀과 기도로, 강력한 믿음과 참된 사랑으로 준비되어 있고 무장되어 있어야 합니다. 사실 그렇게 깨어 있고, 준비되어 있고, 무장되어 있으면 개인이나 세상의 종말, 또는 예수님의 재림이 갑작스럽다 할지라도 전혀 문제되지 않습니다. 

     누구에게나 이 세상에서의 삶에 끝이 있습니다. 빈부귀천을 막론하고 결코 예외가 없습니다. 다만 그때가 언제인지를 모를 뿐입니다. 항상 이 세상에서의 삶에 끝날이 있음을 염두하고 살아야 합니다. 그러한 사람이 가장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근신이라는 말을 아시지요. 근신이란 해서는 안 될 말을 하지 않는 것, 먹지 말아야 할 것 마시지 말아야 할 것을 먹지도 마시지도 않는 것, 보아서는 안 될 것을 보지 않는 것, 가서는 안 될 곳에 가지 않는 것, 해야 할 일은 하고 해서는 안 될 일은 하지 않는 것입니다. 거룩, 경건이란 말에는 구별이란 의미가 있습니다. 성도에게는 세상 사람과 구별된 생각과 언행, 삶의 모습이 있어야 합니다. 나의 삶에 멸망에 이를 죄에서 구원받고 거듭난 새 생명을 얻은 자로서의 구별된 모습, 하나님의 자녀요 하늘의 시민권자로서의 구별된 모습이 있으신가요? 하나님께 부여받은 성도의 또 다른 정체인 영혼의 파수꾼, 하나님의 군병으로서의 삶을 잘 살고 있으신가요? 오늘 밤에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는다 해도 죽음을 일체의 두려움 없이 환희에 찬 모습으로 맞이할 수 있는 구원의 확신이 분명한 믿음이 있으신가요?

댓글
* 이메일이 웹사이트에 공개되지 않습니다.